오는 15일부터 3박4일간 서울과 평양을 각각 방문할 이산가족 1백명씩의 명단이 확정통보된 8일 이산가족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기쁨에 들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명단에 들지못한 사람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는 말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3년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진행 아나운서 이지연(52·여)씨는 서울방문단에 오빠 래성(68)씨가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제일 먼저 전북 군산에 있는 부모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싶다"면서 "부모님 생전의 모습과 네자매의 사진을 모아 가족앨범을 꾸몄다"고 말했다.

오빠에게 줄 선물로 순금 3돈짜리 행운의 열쇠를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북쪽 이산가족 방문단에 포함된 김일성대학 조주경(68·경북 영양군 영양면 출생)교수의 어머니인 신재순(88·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3가)씨는 "교수님이 된 아들이 빨리 보고싶다"고 감격해했다.

신씨는 "50년간 가슴에서 키워온 아들이 훌륭히 자라준 것이 너무나 고맙다"며 "만나면 아들품에 꼭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원로 국어학자인 류렬(82)씨를 만나게 될 딸 인자(59·부산 연제구 연산동)씨도 "헤어질 때 30대 초반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유복자로 자란 아들만 믿고 반세기를 수절하며 ''망부가''(望夫歌)를 목놓아 불렀던 유순이(70·서울 강서구 신월7동)씨는 남편 김중현(68)씨가 명단에서 빠져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유씨는 TV에서 방송된 명단에 남편 이름이 보이지 않자 몇번씩이나 재차 확인해 보고는 "아무말도 하기 싫다"며 실망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북의 동생 김재호(65)씨가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70년대 사망신고를 낸 동생의 호적을 살리기 위해 호적정정신청을 법원에 냈던 김재환(70·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씨도 동생이 명단에서 빠지자 고개를 떨궜다.

김씨는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동생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허탈한 심정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방문하는 북측 고향방문단 1백명중 최고령자는 비날론을 개발한 리승기(96년2월 사망) 박사의 아내인 황의분(84)씨로 나타났다.

북한이 보내온 후보명단에서도 최고령이었던 황씨는 서울에서 올케 강순악(86),조카 황청정(60)씨 등을 만나게 된다.

가장 나이가 아래인 사람은 북한 예술계 박사 1호 김옥배(62·여)씨.김씨는 서울에서 어머니 홍순길(88)씨 등을 만난다.

서울 종로 출신인 김씨는 아버지 현도(95)씨,동생 유광(57) 숙배(61) 영배(59)씨와 시아버지 안교준(101)씨,시어머니 황성례(92)씨 등을 찾는다.

평양음악무용대학 음악무용연구소에서 연구사겸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편 충남 아산 출신의 리종필(69)씨가 찾는 어머니 조원호(100)씨는 북측 고향방문단이 찾는 가족,친척 중 최고령자로 나타났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