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개각''은 폭이 큰만큼 뒷얘기도 무성했다.

두달여 전부터 시중에 개각설이 나돌면서 해당 장관의 업무차질이 빚어지고 언론은 장관들의 말뒤집기가 심하다면서 지속적으로 개각을 촉구해 왔다.

개각이 지연되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물론 재계에서마저 ''개각 피로감''을 느낀다는 농담이 나돌았을 정도였다.

세간의 최대 관심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경제부총리가 될 재정경제부장관 자리를 누가 맡을지의 여부.

진념 기획예산처장관이 1순위에 올라 있으면서도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끈질기게 거명됐다.

당초 청와대 비서실은 9명의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를 김 대통령께 올렸었다.

이번 개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철통같은 보안이 유지된 점.

''이중지퍼''를 자처하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서실에 인사보안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개각 내용의 사전 유출여부에 신경을 썼다.

비서실내에서 개각과 과련된 업무를 맡는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일찌감치 ''출장''.

이들은 부서의 여직원들에게 "출장간다"는 말을 남긴후 삼청동 안가로 가 개각관련 자료를 챙기는데 총력을 쏟았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사무실로 돌아온 시간은 7일 오전 11시 개각이 발표된 직후였다.

각료 인선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한 실장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에게 수차에 걸쳐 ''입조심''을 거듭 당부했다.

''입각통보''마저 최종발표 1시간 전으로 잡았을 정도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밤까지도 "7일 오전중에 당일 개각명단을 발표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기자들이 계속 독촉하자 못이기는 척하며 "7일 오전11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 알려주었다.

개각설이 시중에 나돌기 시작한 후 뚜껑이 열리기까지 무려 두달여를 질질 끌어 적지 않은 행정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비등했다.

경제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경제장관들의 말뒤집기가 빈발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데도 김 대통령은 개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피해왔다.

김 대통령은 기존 경제팀으로 하여금 금융개혁과 의약분업 등을 마무리할 기회를 주고 새 각료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기고 싶었던 것이다.

개각이 늦어지는 동안 각 부처의 장관,해당 부처 고위공무원들은 자기 장관들의 거취를 알아내느라 청와대와 민주당의 핵심인사들에게 전화해 ''일일체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무수행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부서의 장관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여권의 동정을 살피기 바빴다.

이번 개각 과정에서 드러난 또다른 문제는 자천타천으로 입각을 원하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가치''를 직간접적으로 홍보한 점.

청와대는 이들의 주장이 언론에 여과없이 반영되는 과정을 중시하고 촉각을 곤두세웠을 정도다.

이번에도 자민련과의 ''공동정부'' 정신을 살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직간접적인 개각협의를 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