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기본틀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양측은 오전 회담에서 서로의 기본입장을 교환한데 이어 오후 회담에서 구체적인 협력과제와 추진방법을 논의했다.

경제 및 사회.문화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 통일방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등을 두루 논의해 분야별 협력과제의 윤곽을 잡았다

[ 경제협력 ]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공동선언에 명시한 대로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키로 했다.

남측은 이중과세방지, 투자보장협정, 청산결제 등의 제도적 장치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협의 주축이 민간기업인 만큼 제도적 보장 없이는 활성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차례 시범사업으로 거론됐던 경의선 복원문제와 임진강 유역 공동수방대책, 휴전선 일대 말라리아 공동방제사업 등도 논의됐다.

또 철도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방안과 남북철도를 시베리아철도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구축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구체적인 추진절차와 방법 등은 경제공동위나 경제장관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금융전문가인 엄낙용 재경부 차관이 대표로 참석한 만큼 북한 경제회복을 위한 재원조달방안도 언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남측은 이미 각 부처별로 협력과제를 선정해둔 상태며 북한과의 협의결과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긴장완화 ]

남북이 연락사무소기능을 복원키로 한 것은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을 위한 가시적 조치다.

남북교류확대와 신뢰회복을 위해 군사적 대결구도와 긴장완화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는 긴장완화 및 화해협력의 진전에 따라 서울.평양에 상주대표를 개설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군사적 돌발사태를 막기 위한 군사직통전화 개설문제도 협의됐다.

군사 핫라인 개설은 지난 94년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북측도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한 군사회담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1일 발표되는 합의문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협의과정에서 상당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관측됐다.

[ 사회/문화 ]

남북 양측이 가장 편하게 논의한 대목이다.

정치.군사적 부담이 없고 가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남북 양측은 이날 오전회담에서 8.15 광복절 주간을 민족화해주간으로 선포해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각종 행사를 벌이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이미 많은 문화예술단체의 교류가 진행돼 왔고 다음달 5일부터는 언론사 사장단 방북이 예정돼 있다.

회담대표에 김순규 문화관광부 차관과 북한의 김영신 문화성 부상(차관)이 참여한 점도 합의도출을 순조롭게 했다.

체육분야에선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이 공동입장하는 방안과 2001년 세계탁구대회 단일팀 구성문제, 2002년 월드컵 남북 분산개최 및 단일팀 구성, 경평축구대회 부활 등이 거론됐다.

[ 통일/기타 ]

회담 시간이 길지 않아 원론적 수준에서 논의되는데 그쳤다.

북측은 그동안 각종 보도를 통해 통일문제를 강조해온 대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남측은 우선 긴장완화와 화해.평화의 정착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취했다.

연합제와 "낮은 수준의 연방제"간의 접점을 넓혀가는 것은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고 주장, 가시적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답방 역시 북측이 "반드시 답방한다"는 정도로 합의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백남순 북한 외무상도 최근 "서울답방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북측은 답방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도 깊게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담전 남측 당국자도 "답방문제는 분위기를 봐가며 차근차근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방시기를 연말연초로 예상된다고 한 만큼 그 정도 선에서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