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원 이후 비교적 순항하던 국회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여야가 부정선거 조사를 위한 국정조사와 금융지주법 도입 등 금융계 파업대책, 추경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정부 질문이 끝나는 14일 이후의 국회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같은 여야 대립의 저변에는 향후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부정선거 국정조사 =한나라당은 16대 총선의 선거부정을 따지기 위한 국정조사발동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연계,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법을 위반한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 준비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총선 선거부정의혹의 시비를 가릴 시간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 요구를 관철할 방침"이라며 "14일 이후 국회일정은 여당의 국조수용여부에 달려 있다"고 연계방침을 시사했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 신설을 골자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8월초 개각, 이산가족 상봉, 전당대회 등으로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여권의 구상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8월 임시국회 소집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이에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선거법위반 야당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며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국회를 공전시키면 국민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정인봉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 준비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14일 이후 국조권을 계속 요구하면서 의사일정을 거부할 경우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상임위 단독운영에 나서는 초강경대응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금융지주법 도입 =민주당은 금융지주법 도입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인데 비해 한나라당은 선 관치금융청산법 제정을 요구하며 법안통과를 저지키로 했다.

이한구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제도는 금융기관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나 관치금융만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관치금융청산특별법"제정과 금융당국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정리조치 등이 전제돼야 한다며 "정기국회에서 다루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 의장은 "금융개혁의 초점은 현재 부실화돼 있는 은행경영의 정상화로 지주회사법 아닌 다른 대안이 없다"며 "당장 내년에 예금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예금주들의 이동으로 어려운 은행이 발생한다"며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 추경안 처리 =민주당은 2조4천억원의 추경을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한나라당은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회기내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서민대책을 위해 불가피한 예산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은 원칙없는 예산편성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재창.정태웅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