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7일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 "법질서를 엄정히 지키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작금의 집단이기주의가 사회기강을 뒤흔드는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들의 폐업을 겨냥해 "밀어부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때 집단이기주의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의약분업과정에서, 그리고 노동계에서 그런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가면서 법을 일탈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 대통령이 작심하고 강조한 것은 사회안정.

김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가면 국민의 생활안정과 사회질서 유지가 어렵게 된다"면서 국무위원들에게 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불법행위를 일삼는 개인이나 이익단체의 행동에 분명한 선도 그었다.

김 대통령은 "이 땅에 불법과 폭력으로 자기 의사를 관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이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사회안정을 강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의사들의 폐업사태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고, 또 시행과정에서 마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렇게 극단적으로 간 사례는 없었다"는게 김 대통령의 한탄이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이익단체의 합법적인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정책에 즉시 반영할 것도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이익단체나 개인의) 조그만 요구라도 일리가 있는 것이 있으면 그런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지키도록 하면서 조그만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이제 벽돌을 하나씩 쌓은 정신으로 (남북관계를) 차분히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들이 정상회담 이후 다소 들뜨고 혼선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언행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김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서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역사의 큰 전환점에 서 있음을 생각하고 차분히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밖에 "민족사적 사명감을 갖고 정상회담의 결과가 차분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