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영훈 대표의 교체설이 해프닝으로 끝났다.

청와대와 당에서는 서 대표가 내달 30일 임기가 끝나는 정원식 대한적십자사 총재 후임으로 가고 8월말 당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한 분위기였으나 26일 오후들어 갑자기 사정이 급반전됐다.

서 대표 교체는 26일 아침까지만 해도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서 대표 교체시 김영배 고문이나 조세형 고문이 전당대회까지 대표직무를 대행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기류는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대중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온 뒤 바뀌었다.

남궁 수석은 "(대표 교체에 대해)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 대표 체제 유지가 대통령의 뜻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백범 기념관 건립식에서 김 대통령을 만나고 당사에 돌아온 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며칠전 대통령께서 나에게 "잘해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악수 강도도 변한게 없더라"며 "2~3일내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를 계속 맡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을 표했다.

그렇다고 서 대표 교체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고 보는게 옳을 것 같다.

서 대표 교체론이 동교동계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권노갑 고문이 최고위원 경선출마를 선언하면서 한화갑 지도위원과 경선 1위 경쟁을 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내부 갈등이 촉발됐고 동교동계가 양분되는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서 대표가 특정세력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된 것이 빌미가 돼 "서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적십자사 총재가 7월말 교체되고 나면 서 대표를 예우할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점도 현실론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서 대표 교체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