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남북정상간 회담개최 사실이 발표된 이후 전세계는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정책에 공감을 표시하며 그 성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공식 논평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대한 비전이 이번 회담을 성사시켰다"고 높이 평가했다.

햇볕정책이 남북간 관계개선에 가장 현실성있는 대안이란 것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가 출범이후 심혈을 기울여온 대북 포용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분단 반세기만에 금강산관광의 길이 열리고 북에 다녀온 남한 주민수가 1만여명,연평균 교역규모가 3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남북간에 인적.물적교류가 현저히 늘어났다.

통일농구대회,통일음악회 등 협력분야도 다양해졌다.

강릉 잠수정침투,남해안 반잠수정침투,대포동 미사일 발사,서해교전,금강산관광객 억류 등 돌출변수들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온 결과였다.

물론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과정에서 남북당국간 실질적 관계개선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북 시혜일변도로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남북 정상간 상봉이 실현됨으로써 포용정책의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포용정책" 또는 "햇볕정책"으로 집약되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북한의 변화를 강요하기 보다는 북한 스스로가 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매서운 강풍은 옷을 더욱 여미게 하지만 따사로운 햇볕은 스스로 옷을 벗도록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력도발과 같은 북한의 부정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전략인 셈이다.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이처럼 과감히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 등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인한 탈냉전과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 <>북한에 대한 현실적 인식 <>남북간 심화된 국력격차 등 때문이다.

우선 탈냉전의 영향으로 한반도 분단을 초래하고 지난 반세기동안 대결과 반목을 강요해왔던 외적요인이 없어졌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의섬"으로 남아있는 한반도가 냉전종식과 화해.협력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이다.

"북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점과 "안보위협은 상존하고 있다"는 현실인식도 포용정책 추진의 또다른 이유가 된다.

북한도 결국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점진적 변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최근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남혁명전략과 군사노선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를 감안,정부는 한편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안보위협을 억제하는 양면적 포용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