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요즘 통 말이 없다.

7일과 8일 열린 당 간부회의에서 이 의장은 금융 구조조정과 과외대책,남북정상회담 등 각종 현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거듭 기자들이 질문하자 "말 안한다니까. 말하는 대로 써주지도 않으면서. 말 안해"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 의장은 이어 회의에 참석한 다른 당직자들이 들으라는 듯 "하지 않은 말이 기사로 나오는데,그것 수습하느라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

정책위 관계자들은 최근 몇몇 기사로 인해 본인이나 정책위가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에 이 의장이 이같이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사는 고쳐지지 않아 매우 "화"가 났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의장의 이같은 행태가 타당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집권당 정책위의장은 "장관 10여명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산과 법안 처리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요직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집권당 답게 정책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정책위의장의 당내 서열을 원내총무보다 한단계 위로 격상하기도 했다.

실제 정책위의장의 말 한마디가 금융시장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 의장 자신의 말대로 언론 보도로 인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정책 홍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 의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유난히 피해왔다.

정책위의 관행처럼 실시되던 기자들과의 간담회도 취임이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현대의 자구계획 발표 등 중요한 경제 현안이 있을 때에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의 최근 행보가 단순한 "화풀이"차원을 넘어서 "취재거부"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는 것도 이런 전후사정 때문이다.

이 의장은 ''면도날''로 불릴 만큼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성격을 갖고 있다.

매우 논리적인데다 깔끔한 업무처리로도 정평이 나있다.

그런 그가 "언론 기피증"을 보인 것은 이유야 어떻든 지나친 감정적 대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언론 기피''가 ''여론 기피''로 이어져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