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영수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지만 대북경협에 대한 국회동의 문제가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국회동의의 대상과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여야가 이를 둘러싸고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 24일 영수회담에서 "대북 경협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국민의 부담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 부담"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와관련, 헌법 60조가 "국회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해 동의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을뿐 다른 법조문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대북경협시 정부의 재량권을 가능한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정부의 대북지원은 물론 민간기업의 대규모 대북투자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권은 25일 국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대규모 경협사업에 한해서만 국회동의를 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 세금을 정부 차원에서 써야 하는 경우 등 법에 의해 국회동의를 요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인도주의 차원이나 민간레벨의 경협은 정부에 재량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도 "민간기업 투자나 국민부담이 크지 않은 사업은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국민세금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한해 동의를 받자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대북투자시 일일이 국회동의를 얻으려면 정쟁에 휘말려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경협의 일정규모 이상의 경협은 반드시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는게 확고한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50만달러 정도를 제한선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영수회담 공동발표문 작성시 한나라당측이 "법률에 의해"라는 부분을 삭제하자고 강력히 주장한 것도 정부의 재량권을 최소화해 국회동의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울러 현금지원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도 국회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차로 북한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논란거리가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대부분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이 분야에 한나라당이 국회동의를 요구할 경우 여야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창.정태웅 기자 leejc@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