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공단 합영을 둘러싼 대우와 북측과의 갈등은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전개돼온 대북경협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북측 파트너가 일방적으로 경영배제를 강요하거나 다른 합영파트너를 물색할 수 있다는 것은 민간기업들의 대북사업 기반이 허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남포공단의 경우 어느 한쪽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스위스 투자관련법규에 따라 처리토록 돼있다.

그러나 "스위스 법규에 호소한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대우 관계자의 지적처럼 사실상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 김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사업을 당국간 대화로 격상시키자고 제의한 것도 현재의 이런 한계를 능동적으로 극복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현대 금강산 사업을 비롯한 각종 경협사업들을 더 이상 민간레벨에만 의존해서는 대우 남포공단의 재판이 날수도있기때문에 이번 베를린 제안은 대우 뿐만아니라 대북사업을 하고있는 전체 업계를 고무시키고있다.

민간기업들은 우선 책임있는 남북 당국자들이 해결해줘야할 문제로 투자보장및 이중과세방지 방지협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와 북한의 사회간접시설 확충을 꼽고 있다.

위탁가공사업만 하더라도 1백32개 국내업체가 참가신청을 냈지만 이중 실제 교류가 이뤄지는 기업은 절반가량인 75개에 불과하다는 것도 기업의 불안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 서해안에 2천만평 규모의 공단 개발 계획을 추진중인 현대측도 "남측의 입주기업만도 8백50개사로 전망되는 만큼 당국간 협의는 불가피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KOTRA 북한실 관계자도 "서해공단사업의 경우 항만과 전기,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을 마련하는데만 공장 설비투자비와 맞먹는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원의 동용승 박사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도움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만큼 공적자금을 조성해 차관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교류사업의 품목이 섬유에서 전기전자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전략물자 반출규정의 조정의 효율적이 이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통일부는 북한에 제공되는 컴퓨터의 사양을 군사적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486급 이하로 제한했다.

하지만 공장자동화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현실적 규정은 조정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자간 협의사항이지만 전략물자 반출규정의 조정은 안정된 전력공급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참여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이중과세 방지협정의 체결도 중요한 선결조건이다.

KOTRA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더라도 중국제품보다 10배 가량의 높은 사실상 수입정지 관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마저 물류비 등 다른 교역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의 경우 지난해 캐나다 섬유쿼터 사용량이 10%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태섭 연구원은 "남북경협기금에서 물류비 일부를 지원하고 경협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면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개방을 서두르는 등 외부조건은 나아지고 있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경우 투자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연초 이태리와 수교한데 이어 호주 캐나다 일본 미국등 서방국들과 잇따라 수교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통령의 베를린선언으로 남북간 경제협력 분위기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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