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방문성과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국빈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정상외교를 통해 경제협력 강화 외에 대북문제
에서 "의미있는" 외교성과를 거두었다.

올 연초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로부터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남북대화의 장에 북한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총리는 "앞으로 북한과의 접촉시 한국정부와
충분한 상의를 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달레마 총리는 또 이달말 람베르토 디니 외무 장관을 북한에 보내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디니 외무장관도 양국 정상회담에 배석, "남북 대화가 필요
하고 아울러 북한의 인권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국제사회에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탈리아의 한반도 문제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반증하고 있다.

<> 교황방문 =김 대통령은 4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으로 교황청을 국빈방문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예방하고 교황청 국무총리
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면담했다.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이날 오후 교황청 연주대의 환영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공식 환영 행사장인 성 다마소 광장에 도착해 제임스
마이클 하비 교황청 궁내성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청에서 처음 울려퍼진 애국가 연주가 끝난 뒤 김 대통령은 교황이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식스토 5세의 궁으로 안내돼 2층 크레멘티나실에서
교황청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후 작은 교황좌가 있는 트로네토실로 자리를
옮겨 교황과 만났다.

올해 79세인 교황은 김 대통령이 먼저 입장한 뒤 1분 가량후 매우 느린
걸음으로 서재에서 나와 김대통령에게 "찬미예수,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한 뒤 웃음을 띤 채 악수를 나눴다.

교황은 또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대주교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지난 84년과 89년 두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사실을
얘기하며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방문했을 때 한국민들의 따뜻한 환영과
우정, 환대를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남북 대화 추진구상과 관련, 교황은 "화해를 향한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코 낙담하지 말기 바란다"고 용기를 주었다.

면담이 끝난 후 교황은 김 대통령에게 교황의 초상이 새겨진 기념 메달과
바티칸 박물관 안내 책자를,이 여사에게는 로사리오 묵주를 선물했고
김 대통령은 금속제 거북선 모형과 백자항아리를 선물했다.

김 대통령 내외는 성 다마소 광장에서 환송행사를 마친 뒤 승용차 편으로
교황전용도로를 이용해 성 베드로 성당 입구에 도착해 25년만에 한번씩
열린다는 성문을 통해 성당으로 들어갔다.

김 대통령은 성당 내 소예배실로 들어가 성호를 긋고 기도했다.

<> 피아트 회장단 접견 =김 대통령은 4일 숙소인 그랜드호텔에서 이탈리아
피아트(FIAT)그룹의 조반니 아넬리 명예회장, 파울로 칸타넬라 자동차 회장,
마우로 파스퀘로 수석부의장 등을 접견했다.

피아트의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한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북한에
진출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피아트는 항공기 자동차 선박 등 여러 분야에서
좋은 회사이며 한국기업과 제휴해 아시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고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피아트의 대한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아넬리 회장은 "피아트 그룹과 한국관련 업계간의 협력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통일그룹과 북한이 자동차 조립공장의 북한내 운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피아트그룹이 모델사용권을 제공한데 관심을 표명
하면서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대외개방이 촉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아트그룹은 대우자동차매각을 위한 국제입찰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업계 진출을 검토중이다.

또 통일교그룹 평화자동차와 함께 북한 남포에 연산 1만대 가량의 피아트
자동차(승용차 모델 라이센스제공) 조립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이날 접견에는 우리측에서 김영호 산업자원부장관,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
정태익 주이탈리아 대사, 이기호 경제수석, 이상철 외교통상부 구주국장이
배석했다.

이날 김대통령이 접견한 아넬리회장은 FIAT그룹을 30여년간 이끌어온
이탈리아 경제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로서 91년 종신 상원의원에 피선
됐다.

FIAT는 항공기 자동차 선박 고속전철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이탈리아 최대
그룹으로 지난 98년 연간 매출액은 4백50억달러였다.

< 로마=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