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8일 발표한 공천자 명단의 특징은 비주류 중진들이 대거
탈락하고 이회창 총재의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점이다.

비주류 중진의 탈락은 특히 영남권이 두드러져 "TK(대구.경북) 대부"로
불리는 김윤환 고문이나 합당지분을 요구한 이기택 전 총재권한대행이
공천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구의 경우 중구에 백승홍,수성갑에 김만제 전 포철회장이 공천되는등
"허주(김윤환 고문의 아호)"계 지구당 위원장들이 대거 탈락됐다.

서울 송파을을 노린 전국구 윤원중 의원도 허주계로 분류돼 탈락했다.

"KT(이기택 전 대행)계"의 민주동우회측도 대부분 지구당 위원장이 탈락,
30% 지분 요구를 무색케 했다.

조순 명예총재가 1곳만 배려해달라고 요구했던 서울 양천갑도 영입파인
원희룡 변호사에게 공천이 주어졌다.

한승수(강원 춘천) 이상희(부산 남구) 의원등 "민정계"들은 상당수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세기 의원은 이총재의 배려로 극적으로 구제됐다.

부산.경남에서는 정문화 김정수 신상우 의원등 민주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한
반면 YS계 핵심실세인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
자금줄이 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은 공천돼 민주계 내부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민주계를 분열시켜 무소속 벨트의 형성을 차단하려는 이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DR(김덕룡 부총재)"계는 박원홍 의원(서초갑)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공천을 받아내 민주계와는 일정정도 당권을 나눠갖는 형태를 띠게 됐다.

부산진갑 정재문 의원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돼 이번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공천은 차기 대선을 겨냥한 이 총재의 친정체제 구축과 물갈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 총재 측근인 진영 변호사(용산)와 영입파인 김도현 전
문체부 차관(성동)이 공천을 받았다.

또 386세대 영입파인 원희룡 변호사(양천갑) 한승민 동덕여대 강사
(동대문갑) 오경훈(양천을) 고진화(영등포갑) 정태근(성북갑) 전 총학생회장
등 젊은 층을 대부분 공천해 여당과 맞불을 놓으면서 동시에 당내 "친위세력"
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KT계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대구에서는 현승일 전 국민대총장, 영화배우 강신성일(동구)씨가 공천을
받았고 씨름선수출신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경남 마산합포에서 후보로
확정되는 등 이 총재의 영입인사들이 대거 공천됐다.

경남.북의 나머지 대부분 현역의원들도 그동안 비주류의 모습에서 탈피,
이 총재에 대한 지지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해 공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50대가 84명(39.1%)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69명(32.1%),
40대는 46명(21.4%)이었다.

30대는 16명(7.4%)에 그쳐 여당보다는 젊은 층 공천폭이 넓지는 않아
세대교체보다는 물갈이의 인상이 짙었다.

또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 가운데 김광원 김기춘 김무성 김중위
김태호 박관용 박성범 박종웅 신경식 이상배 정형근 의원등 11명의 의원이
공천을 받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불법이라 비판하는 이 총재의 의도가
반영됐다.

<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