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공천자 명단이 발표되자 탈락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일부는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발표에 누락된 김상현 의원은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국회에 입성
하겠다"며 공천에서 탈락이 확정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임을 시사했다.

그는 당초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려 했으나 당
핵심부의 의중을 타진하기 위해 회견을 하루 미뤘다.

그는 무소속 출마와 함께 당적 변경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5년간 김대중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비판한 적도
있지만 해가 되게 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제거하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다가 막판에 여성 후보에게 밀려난 이영일
의원도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광주 시민들이 물갈이하고 싶은 사람은 미리 공천이 확정됐다고
발표하고는 광주를 위해 더 봉사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낙천시킨 것은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허탈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여당 대변인으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과 주장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낀다"며 감정 표현을
자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인사들도
잇따랐다.

인천 남갑의 공천이 유력시 되다가 막판에 영입된 유필우 전 인천
정무부시장에게 밀렸던 박우섭 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 후보와의 대결을
전제로 여론조사를 해 본 결과 본인이 우세하고 유씨는 열세를 보였는데도
유씨를 공천한 것은 승복할 수 없다"며 재심을 요구했다.

전남 나주에 공천을 신청한 나상기 나주발전연구원장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공천자로 확정된 배기운 전 보훈복지공단 사장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
며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월 평창 조직책을 신청한 권상기 자유기획 부회장은 이날 정실공천에
환멸을 느낀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편 민주당은 공천 탈락자들의 집단 반발에 대비, 이날 당사 정문과
진입로 양편 입구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출입자들을 일일이 통제했고
후문에는 철제 셔터가 내려지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