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밀실공천과 계파간 나눠먹기등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공천혁명은 공염불로 전락하고 있다.

여야의 비민주적 공천양태는 "4류정치"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당초 여야는 시민단체의 낙선 낙천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자 앞다퉈 투명한
민주적 공천으로 대변되는 "공천혁명"을 외쳤다.

밀실공천이니 계보간 지분 나눠먹기니 하는 식의 과거 구태를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투명한 공천을 위한 6대 기준을 제시했고 한나라당도 공천심사
위원장에 외부인사를 임명했다.

양당은 시민단체의 낙선 낙천운동 대상자발표를 공천에 반영하겠다고까지
거듭 강조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약속은 지켜지는듯 했다.

이같은 약속은 당선지상주의와 계파 이해관계에 밀려 파기되고 공천혁명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실세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총선후 당내 입지강화를 겨냥한 일부 실세가 공천과정에서 자기사람 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당안팎에서는 낙하산 내정자가 막판에 늘고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당공천심사위 외에 별도의 공천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 당직자의 말도 제각각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호남지역에 대해 한차례 심사를 실시했다고 언급했지만
공천심사위원은 이를 부인한다.

이는 곧 밀실공천으로 흐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공천혁명에 역행사례도 적지않다.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 대상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당초 탈락쪽으로
기울었으나 상당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공천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현역의원 물갈이도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용두사미로 끝날 개연성이
한층 높아졌다.

당직자들이 공언했던 386세대의 대폭적인 지역구 전진배치도 퇴색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투명한 공천을 약속했지만 지금 진행중인 상황은 사뭇 다르다.

그간 잠복했던 계파간 지분싸움이 급기야 표면으로 불거졌다.

오로지 관심은 총선후 세력판도에 쏠려 있다.

정치권을 질타하는 국민의 소리나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요구는 이미 안중에
없다.

틈만나면 국민을 들먹이는 우리 정치권은 과연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