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15일부터 합숙에 들어가 공천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부영 총무가 당 공천작업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계파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이부영 총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치권의 두터운
기득권 장벽을 거둬내라는게 국민의 요구인데 한나라당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공천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의 공천은 여당의 체질에서 벗어나 개혁적 요소를 접속시키는
과정이 돼야 하며 영남권이라 해서 기득권 보전차원에서 작업이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주장, 현역의원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공천작업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이 총무의 이같은 발언은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는 "YS 민주계", 김윤환
고문-강재섭 의원으로 대표되는 "TK(대구.경북)계, 김덕룡 부총재 계보인
"DR계", 이기택 전 총재권한대행과 민주동우회로 대표되는 "KT계", "구
민정계"등 당내 계파를 겨냥한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총무가 총재에게 발언내용을 보고했고
이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과감한 공천개혁을 원하고 있다"며
계파간 나눠먹기식 공천이 이뤄지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공천과정이 진행되면서 이 총재가 심혈을 기울여 데려온
영입인사에 대한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대구 수성갑에 거론되던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은 TK계인 이원형 위원장의
반발로 남구로 밀려나고, 중구 출마를 위해 영입한 현승일 국민대 총장도
북갑으로 밀려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 해운대.기장갑에 거론된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KT계 손태인
위원장에 밀려 을구로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북.강서을로 옮기기로한
문정수 전 부산시장도 KT계 허태열 위원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양천갑에선 이 총재측 영입인사인 원희룡 변호사가 조순
명예총재측이 지원하는 김동수 지구당위원장에 밀려 고양일산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광진갑도 DR계 김영춘 위원장에 밀려 "한국의 선택21"의 김도현 전
문체부 차관이 대구로 방향을 틀었다.

이밖에 영등포갑은 DR계 권기균 21세기지식사회연구회장과 이부영 총무등
당내 개혁세력의 지원을 받는 고진화 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및 KT계 한경남
씨가 각각 계파지분을 내세우며 공천경합을 벌이는 등 공천과정 전반이
계파간의 이해로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공천심사가 진행되면서 이 총재측이 계파압력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 총재는 이날 이 총무의 입을 빌어 계파에 반격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