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체포시도로 총선을
2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한치앞을 볼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돌변했다.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각각 "총선용 야당탄압"과
"법집행 무력화 시도"라며 강경대치를 계속했다.

그러나 여야 3당은 이번 사태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등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의원을 계속 보호키로
결정하는 한편 "야당탄압"이라며 여권에 역공세를 펴기로 했다.

야당은 특히 검찰의 체포시도를 여권 핵심부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등 이번 사태를 4.13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사건과 관련,신광옥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순용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언론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하기로 했다.

또 임시국회를 열어 이 문제뿐 아니라 김 대통령 일가의 비리의혹과
북한 김정일에 대한 김 대통령의 찬양발언등도 다루자고 요구하는
등 여권 핵심부에도 공세의 촛점을 맞춰가기로 했다.

한편 당사자인 정 의원은 이날 피신해 있는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김 대통령이 각종 폭로에 대한 앙심을 품고 나를 체포하려
지시했다"며 "홍위병을 동원해 비열한 선전전을 하는 등 "좌익광란"의
시대가 되고 있다"고 수위를 넘어선 발언을 계속했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이 아들에게 국회의원직을 물려주고 출신지인
하의도를 성역화하려는 등 북한처럼 하고 있다"며 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예정했던 이 총재의 기자회견과 14일로
예정된 정권규탄대회를 취소하는 등 향후 대책을 좀더 논의키로
했다.

이는 "정 의원 보호"가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폭로정치를 비호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여론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정치쟁점화하려는 야당의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정 의원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여론을 유도하는등 공격과 수비를
병행키로 했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법을 아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법집행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당한 법집행임을
강조했다.

또 "정 의원은 공작정치 전문가이며 고문정치의 배후로서 선거에
악용하고자 정치탄압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야당의 공세의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 체포를 지시하지 않았냐는
"정치적 의혹"을 의식하는등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자민련은 양비론을 펴며 민주당및 한나라당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다.

논평을 통해 "검찰의 강제구인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민주당측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정 의원은 검찰에 자진
출두해야 하며 한라당은 15대 국회에 방탄국회의 오명을 더이상
씌워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당분간 사건의 파장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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