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등 비서실내 핵심인사를 전격
교체키로 한것은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년 총선에 내보내 지역할거구도의
정치판을 개편해보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또 대통령의 개혁의지로 무장된 참모진이 현실정치에 참여해 개혁의 추진체
로 뛰게 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져 있다.

당초 청와대측은 이달중 부인이 옷로비 사건에 연루된 김정길 정무수석만을
교체한 뒤 김중권 비서실장등은 올연말 또는 내년초에 정치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현재 정국의 현안인 옷로비와 언론문건등의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채 비서진을 개편했다가 새 진용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고조되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새로 구성된 비서진이
난마처럼 얽힌 정치현안을 푸는 과정에서 흠집을 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금명 개편"의 가능성을 배제했었다.

게다가 이 시점에서 비서진을 교체하는 것은 "문책성"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여권의 총선전략에 큰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 몫을
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정국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개혁성이 강한 인사를
신당에 참여시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지난 19일 박태준 자민련총재와의 주례회동 이후.

박 총재는 이 회동에서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비서실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김 대통령께 "직언"을 했었다.

이후 김중권 전실장은 같은날 김 대통령에게 "총선에 출마키로 확정한
본인과 김정길 정무수석은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일요일인
21일 대통령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최종 결심을 재차 전달해 허락을
받아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청와대비서실을 떠나는 두 사람은 PK(부산 경남) TK(대구 경북)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현 정부의 개혁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당선의 부담을 안으면서 현실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은 이번 일부 비서진의 개편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은
신당 창당 준비위발족식이 열리는 오는 25일전 내년 총선에 출마할 비서진을
교체해 이들이 신당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국가경쟁력이며, 경쟁력의 제고차원
에서 신당 창당때 김대통령의 개혁의지로 무장된 참모진이 참여해 개혁
추진체로 뛰게 한 것"이라고 비서실 핵심인물들의 조기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