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국회의원들이 작성한 보도자료에는 충격적인 문구
들이 자주 사용된다.

"붕괴 위험", "특혜 의혹", "불법", "무방비 노출"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자료를 접하다 보면 대형 국책사업은 온통 부실 투성이고 교량, 아파트
등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대부분 공기업들은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 있고 지진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결딴날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 자료는 왜곡되거나 부풀려진다.

심지어 기본적인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자료도 허다하다.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올해 상반기 5백건이상 휴대폰 감청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근거자료는 통화내용 감청현황이 아니라 "실시간 번호추적에
관한 통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통신부에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국민회의 송현섭 의원은 토지공사 직원 14명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땅투기를 했다는 자료를 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직원들은 93년부터 97년 사이에 토지를 매입했다가 97년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돼 이미 조치를 받았다.

내용은 맞지만 기간을 명시되지 않아 마치 최근의 공공기관 비리인 것처럼
알렸다는 점에서 "한건"을 의식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부실하거나 왜곡된 자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최대 하이라이트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국감은 자신들의 능력을 한껏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당장 공천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원들이 국감에 임하는 자세이다.

언론에 보도만 되면 "만사 OK"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자신의 잣대로 재단할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정부나 공기업만이 아니다.

국정감사의 진실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와 결과적으로 의원들이 부메랑
효과를 당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바라는건 진실이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조사에서 정치인이 부정부패 1순위에 랭크
됐다.

전문성과 신실성이 국회의원의 제일 덕목임은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다.

<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