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2일 김현철씨에 대한 부분사면을 결정한 것은 새천년을
맞이하기전 화해와 용서의 정신으로 사면을 하겠다는 의지와 비판여론 사이
에서 고심해온 산물이다.

청와대가 13일의 국무회의 의결절차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8.15 사면내용을 공개하는 "물타기 공보전략"을 구사한 것도
여론의 부담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현철씨의 사면.복권에 대한 반대여론이 절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옷로비 의혹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에 이어 민심이반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렇다고 현철씨를 이번 사면.복권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재수감한다면 정치
보복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다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기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 대통령은 "장고"끝에 절충안을 택했다.

김 씨에 대해 잔여형 집행을 면제함으로써 실질적인 사면효과를 누리게 해줘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

한편으론 김씨가 부당하게 모금한 자금을 추징금 벌금및 기부금 형태로
내도록하고 복권 대상에서는 제외시켜 당분간 정치활동을 못하도록해 여론을
무마하려 애썼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관련,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살리며 국민들의
여론을 절충해 조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자시절 마지막 주례
회동때 간곡한 요청을 했었다"고 소개하며 "김 대통령은 지난부터 사면을
검토해왔으나 검찰과 현철씨가 모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여서 사면이 불가능
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애당초 한 세기를 마감하면서 현철씨의 사면.복권을 단행하겠
다는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그러나 반대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청와대 비서진에서 조차 사면대상에서
제외시키자는 분위기가 우세해지는 등 상상외로 여론이 나빠 고심해왔다.

김 대통령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부분사면을 결심한데는 "현철씨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권력자의 아들에게 몰려드는 것을 방치한 김영삼 전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한 점도 작용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사면논의가 벌어지기 전 상도동 측에 현철씨의 상고철회
문제와 관련한 언질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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