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5일 여권의 내각제 개헌 연내유보 움직임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논평을 내놨다.

"대통령과 총리가 국민앞에 무책임하고 국민을 정면으로 속여도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참으로 슬프게 한다"고 했다.

또 "만일 다음달에 내각제 연내 개헌을 연기한다는 형태의 합의에
도달한다면 차라리 대통령과 총리는 정치를 그만 두는게 국민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공동여당의 두 지도자는 하루빨리 국민앞에 공약한대로
그 약속을 지키려는 고민과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국민은 언제까지나 속고 사는 바보가 아니다"며 "엄중한 국민적
저항과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평 내용만을 놓고 보면 내각제 개헌은 공동여당의 대국민공약일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이미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하루라도 빨리 여권이 내각제 개헌에 합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기회 있을 때마다 이원집정부제 형태건, 순수 내각제건
어떤 형태로든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변경하는 개헌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강.정책도 대통령중심제를 전제로 짜여져있다.

내각제 개헌 여부나 정강.정책의 변경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한 일도 전혀
없다.

"정권연장책"으로서의 개헌에 반대해 왔으면서도 내각제 개헌이 뒤로
미뤄지는데 대해 이같이 "꼬투리"를 잡는 것은 그야 말로 당리당략적 구태
정치의 전형이다.

내각제 개헌이 현실적으로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봐왔던 한나라당의 이같은
반응은 대통령과 총리의 "공약위반"을 부각시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공동여당간에 있음직한 "틈새"를 벌리자는 책략에 다름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치적 거취를 놓고 다소 고심하는 충청권 출신 자민련 의원들의 동요를
부채질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내각제 협상을 앞두고 공동여당간의 이간을 부채질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자신들의 입장부터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다.

공약위반을 운위하기 보다는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바람직할
것인지, 국민들은 어떤 정치제도를 선호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 보는게
정도가 아닐까.

< 박정호 편집위원 j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