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는 13일 내각제 개헌 문제를 8월말까지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로 청사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유보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때까지 결론을 낼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또 "내각제 문제는 8월말이 리미트(시한)"라면서 "그때까지
끝내겠다는 의미"라고 말해 8월말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내각제 논의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김 총리는 이어 오는 8월 22일께로 예정된 남미순방계획에 대해 "정기국회도
있고, 때가 좋지 않아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8월말까지 내각제 문제를
결론내기 위한 국내 정치활동에 치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용채 비서실장은 이와관련,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유보하겠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얘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김 총리의 남미순방이 이뤄지려면
그 전에 내각제 문제가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내각제 논의 주체에 대해 "김 대통령과 김 총리를 서로 잘 아는
사람이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가 내각제 관련 발언을 하기는 지난 4월9일 김대중 대통령과 8월말
까지 내각제 논의를 유보키로 합의 한 이후 3개월 여만에 처음이다.

특히 김 총리의 내각제 언급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례
보고를 한뒤 나온 것이어서 양자간 의견조율이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관측이
강하다.

이에대해 김 총리는 "주례보고에서 행정적인 문제를 주로 거론했으며
내각제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난 주말의 청남대구상 이후 정치와 행정은 당과 총리에
맡기고 내각제 등 큰 현안에 주력할 뜻을 밝혀 이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내각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는 분위기다.

사실 내각제 문제는 양당 공조체제의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초석이다.

자민련이 공동여당의 파트너로 남아 있는 이유도 내각제를 실시한다는
김 대통령의 약속 때문이다.

김 총리의 이날 발언은 따라서 최근 내각제 실시의 불확실성을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일고 있는 잡음을 불식시키기 위한 ''진화책''이란 시각이 강하다.

동시에 8월말까지 어떤 형태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회의에 주지시켜 주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난주 김 총리가 두차례에 걸쳐 격노한게 김영배 전 대행에 대한 불만
못지 않게 내각제 문제를 조기 타결시키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김 총리가 8월 하순으로 예정된 남미 순방 계획을 취소한 것도 내각제에
대한 그의 집념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조만간 양당간에 내각제 협의를 위한 공식적인 협의 창구가 개설돼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관련 자민련은 "김 총리의 발언에 대해 내각제 논의를 8월말까지
유보하겠다는 DJP간의 약속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개헌 일정을 감안하면 8월까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내각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김 총리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내각제논의는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당직자는 "협상창구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 97년 대선후보 단일화
선언을 할 당시 실무작업은 끝난 상태"라며 "두분이 결정만 내리면 개헌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