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단행된 국민회의 당직개편은 "관리형 대행"체제 아래 DJ(김대중)맨을
핵심 요직에 전면 배치한게 특징이다.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대통령은 오는 8월말께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을 분열없이 끌어 가야하는 현실을 감안, 7선 관록의 이만섭 고문에게
총재권한대행직을 맡겼다.

그대신 한화갑 사무총장, 임채정 정책위의장, 김옥두 총재비서실장 등
대표적 DJ맨을 중용해 당의 실세화를 노렸다.

내각제개헌 특별검사제도입 전당대회개최등 내년 총선에 앞서 풀어야 할
주요 현안이 산적한 지금 정국 주도권의 회복이 시급하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이다.

이 신임 대행의 경우 당 관리 외에도 이른바 TK지역(대구) 출신이란 점,
그리고 국민신당 영입파란 점등의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의 "전국정당화 구상"
에 핵심 역활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정(지방자치위원장) 서한샘(홍보위원장) 정영훈(연수원장)의원 등
한나라당 영입파가 당 8역의 자리를 맡은 것도 이런 포석과 무관치 않다.

여여공조와 관련, 이 대행이 과거 60년대 공화당 의원 시절 민간인 출신
대표로서 당시 군 출신 대표인 김종필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으나 그동안의 경륜을 감안할때 자민련과의 관계개선에도 큰몫을
할 것이라게 여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 대행도 기자회견에서 "여여 공조체제 확립"이 주요 임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통령이 이날 오후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자민련과 ''한 팀''
이 되어줄 것"을 당부, 이 대행이 양당간 화합기조를 만드는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리틀 DJ"로 불리는 한화갑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당직자들은
특검제 정국을 보다 힘있게 밀어부쳐 정국주도권을 회복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장은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원내총무직을 맡으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꾸는 뚝심을 발휘, 당내에 신임이 두텁다.

따라서 한 총장의 기용은 앞으로 당 기강잡기를 통한 체질 바꾸기는 물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최상의 카드라는 평을 듣고있다.

여기다 같은 동교동계인 김옥두 비서실장이 김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충실히
전달하는 임무를 맡아 청와대와의 불협화음도 상당폭 줄어들 전망이다.

게다가 김 대통령이 "행정은 총리, 정치는 당에 일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이들의 입김은 상당히 강해질 전망이다.

김종필 총리의 불만으로 비롯된 이번 인사는 결국 국민회의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됐다.

과거와는 달리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대행은 여여 공조체제를 바탕으로 전국정당화 작업을 추진하고,
김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한 해온 "DJ"맨들은 당의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나서는 구도다.

특히 그동안 핵심요직을 기피해온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DJ맨들이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 개혁을 최일선에서 주도함으로써 내년 총선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