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주요 일정 ]

. 한반도 문제 전문가 오찬
. 러시아 RTR-TV 회견
. 알렉세이 II세 총주교 면담
. 스테파신 총리 주최 오찬
. 야블린스키 야블로코 정치연합당수 접견
. 볼쇼이 극장 발레공연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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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28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빈 방문 기간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김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이날 크렘린궁 집무동 2층에서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으로 나뉘어 각각 45분 및 30여분간 진행됐다.

단독회담에선 주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 평화와 안정문제를 의제로
다뤘고 확대회담에서는 한러간 실질 경제협력 증진방안을 협의했다.

단독회담에는 홍순영 외교통상부장관과 프리호드코 대통령외교보좌관이
배석했다.

한국측에선 당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문제와 관련, 외교안보수석이 서울에 남아있어야
했기 때문에 홍 장관이 배석하게 됐다.

두 정상은 회담후 같은 층에 있는 "대사 홀"로 자리를 옮겨 형사사법공조
조약, 원자력협력 협정, 나홋카공단 건설협정 등에 대한 양국 관계장관간
서명식을 지켜봤다.

양국 정상은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발표했다.

회담에 앞서 김 대통령 내외는 집무동 2층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옐친
대통령 내외와 만났다.

시메노프 러시아 대통령 의전국장 등의 현관영접을 받은 김 대통령 내외는
팡파르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식장에 입장했으며 동시에 별실에서 대기중이던
옐친 대통령 내외도 입장, 인사를 나눴다.

애국가와 러시아 국가가 연주된 뒤 옐친 대통령 부인 나이나 여사가 이희호
여사에게 꽃다발을 증정했고 양국 정상이 각각 자국측 회담 배석자들을 소개
했다.

두 정상이 회담장으로 이동하자 이 여사는 나이나 여사의 안내로 크렘린궁
내 박물관을 둘러봤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자신을 종신 명예교수로 추대한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교수 및 학생 등 6백여명을 대상으로 강연한 뒤 대화를 나눴다.

학교측은 전통 환영식으로 김 대통령을 맞이했고 강연 후 학교를 떠날 때는
합창단이 한국노래로 환송했다.

김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도착하자 사도브니치 총장 내외가 영접한
후 러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학생이 쟁반에 빵을 받쳐올리는 손님맞이 의식
으로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이어 학생대표가 김 대통령에게, 사도브니치 모스크바대 총장이 이 여사에게
각각 꽃다발을 증정했다.

김 대통령이 강연장인 본관 대강당에 입장하자 교수와 학생 25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전세계 학생가"로 김 대통령을 맞았다.

김 대통령은 강연에서 "우리나라 말에 성공해서 돌아온 것을 금의환향이라고
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선 내가 바로 그 심정"이라고 감회를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러시아 문학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간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등 러시아 문학을 찬양했다.

또 17.18세기 표토르 대제의 개혁정책,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에 맞선
러시아인들의 행동 등을 들며 "나는 러시아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김 대통령 내외는 이날 저녁 크렘린궁 집무동 2층 캐서린홀에서 옐친
대통령 내외가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는 특히 환경부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연극 "어머니"의 주인공
으로 출연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는 손숙 장관도 참석해 환영을
받았다.

만찬은 실내 악단이 양국 전통음악 등을 연주하는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
됐다.

만찬 답사에서 김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시인인 푸슈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기간에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며 러시아의
예술에 대한 찬탄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아플만큼 벅찬 기대를 품고 신성한 자유의 순간을
기다린"이라는 푸슈킨의 시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또 "(쿠데타에 맞서) 탱크에 올라서서 연설하던 옐친 대통령의 모습은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를 지키는 수호신의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 모스크바=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