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부처중 11개 부처장관을 새로이 임명한 정부의 "5.24 개각"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국민의 정부, 제2기 내각의 출범을 환영한다"는
평가가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새로운 인물이 없다고 혹평했다.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은 이날 부산시지부 후원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정치성
이 엷어진 실무형 내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집권양당이 지분을 할애하는 식이 아니라 능력위주로 개각해 정치 경제
분야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당으로서도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복귀로 당력 보강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태준 자민련총재는 "좋은 사람들이 입각했으니 개혁을 잘 완수해 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부총재들도 "전문가 위주의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김종필 총리가 충남 공주 출신의 이건춘 신임 건교
장관 외에 자민련 추천케이스가 거의 없다며 공동지분이 파기된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탄핵발의까지 받고 검찰 전체를 망가뜨린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등용하는 대통령의 발상은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경식 사무총장도 "현 정권은 지역차별을 안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호남
출신이 많고 충북 출신은 한 명도 없어 말과 행동을 달리하고 있다"며 여여
갈등을 은근히 부추켰다.

<>.국민회의에는 이번 개각으로 모두 5명의 전직 장관급이 복귀하게 된다.

원내총무를 지냈던 박상천 전 법무, 이해찬 전 교육, 전국구 의원인 신낙균
전 문화장관이 당으로 돌아온다.

또 지구당을 맡지 않고 있는 박태영 전 산자장관과 경질될 것으로 알려진
이종찬 국가정보원장도 당무에 복귀한다.

이들이 복귀함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게된다.

특히 직무상 당적을 떠났던 이 국정원장이 돌아오면 다시 부총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체제에 또다른 한 축을 형성될 공산이 크다.

전직 장관 4명은 모두 당무위원으로서 2주에 한번씩 열리는 당무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물론 당장 이들이 복귀한다고 해서 당직을 맡는 것은 아니다.

8월 전당대회때 지도체제 개편과 더불어 주요 당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김 대행은 내각에서 복귀하는 인사에 대해 "적절한 기회에 능력에
따라 대우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대변인도 "내각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당으로 복귀함에 따라 집권
여당의 당력이 한층 보충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집권경험이 부족한 한계를 벗고 여당답게 체질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당정관계에서도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전국구의원인 천용택 국방장관이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김태랑 총재특보가 천 장관의 전국구 의원자리를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은 이번 개각으로 당에 돌아오는 이정무 전 건교, 최재욱 전
환경, 김모임 전 보건복지, 이규성 전 재경장관에 대해 "장관 출신 배려"
차원에서 전원 당무위원에 임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특별한 당직을 맡게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당직개편이 끝난 상태일 뿐 아니라 당에 복귀한 이 전 건교(대구
남구), 최 전 환경(대구 달서을) 등은 16대 총선을 겨냥해 지역구 활동에
전념할 방침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 여성부총재를 맡고 있는 김 전 보건복지장관은 당무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퇴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당사에 들른 이정무 전 건교는 당분간
지역구에 내려가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건교는 "장관으로 부임했을 당시 국내 건설업체 절반이 부도가 났고
미분양아파트도 10만가구나 된 상황이었다"고 회고한뒤 "1년3개월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숨가쁘게 지냈다"며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최재욱 전 환경은 오후 당사에 들러 "정부가 추진중인 낙동강 수질대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중도하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자민련 일각에서는 "공동정부 지분 약속"이 희석된데 대해 서운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김 총리가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김모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된
것에 섭섭함을 나타냈다.

또 국방장관 후임으로 거론됐던 박 총재의 측근인 김진선 비상기획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박준병 김용채 부총재, 조영장 총재비서실장 등이 입각
대상에서 빠진데 대해서도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이와 관련, 김현욱 사무총장은 "16대총선을 앞둔 과도적 개각이라 전문성에
중점을 둔 인사"라고 평가한뒤 "자민련 지분이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만큼
몇달이 지나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김형배 기자 khb@ 최명수 기자 mes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