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국회" 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서상목 의원 체포동의안이 7일 국회에서
부결되는 "이변"이 발생함에 따라 정국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여권, 특히 국민회의는 "서상목 사건"으로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실제 국민회의는 당지도부가 대거 사의를 표명하는등 지도력상실과 힘의
공백이 우려될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사태수습과정에서 심각한 내부 후유증이 나타날 공산도 크다.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공조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의 양대 축인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는 여야
공조체제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된 모습을 과시한 만큼 당분간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 승리"를 발판으로 표적사정과 편파수사 문제는 물론 여당의
재.보선 불법 선거운동 등과 관련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회의가 이번사태의 책임을 물어 지도부를 문책할 경우 자민련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여권내 역학관계가 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고 "젊은 일꾼 수혈론"도 힘을 얻고
있어 전당대회및 당 지도체제 개편과 개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이날 표결 결과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의 철저한 공조와
달리 양당 저변에는 서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내각제 문제 등을 둘러싼 양당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공산이 크다.

이번 표결에서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자민련 의원들의 "몽니"가
계속될 경우 공동여당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이 틈새를 공략하는 야당의
입지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협력 없이는 국민회의가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뜻하지 않은 "수확"을 거둔 것도 사실
이다.

여권은 이밖에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했던 세풍 사건 연루자를 국회에서
보호해 준데 대한 자성론을 제기하며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향후
대여 관계에서 상당 부분 주도권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공동 여당의 응집력
을 크게 약화시키는 등의 부수적 효과까지 얻었다.

게다가 더이상 여당으로부터 "방탄국회"를 소집한다는 역공을 당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부정선거 진상조사 특위"의 구성을 요구하고 장외
집회를 개최하는 등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혼란에 빠진 여권에 야당이 강공 드라이브를 펼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