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는 4일 오전 자민련 명예총재실에서 갖기로 했던 신년인사회를
취소했다.

김 총리는 이날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를 들어 인사회를 취소하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자민련 당직자 등과 오찬을 함께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 총리가 이날 예정됐던 행사를 갑자기 취소한 것은 혹시나 내각제 등
예민한 문제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국회 "529호 사건"으로 정국이 가뜩이나 꼬인 마당에 자민련 신년회에서
내각제 발언 등이 터져 나올 경우 정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자민련측에서는 올해 내각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시기를 포착하기 전까지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삼가고 내부의
힘을 최대한 모으려는 게 총리의 뜻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폭로한 안기부의 내각제 문건과 관련, 그동안 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던 자민련이 이날 안기부장에게 유감의 뜻을 표명하는 선에서 매듭짓기
로 방침을 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민련은 이날 열린 총재단 회의에서도 "안기부의 내각제 관련 문건은
아무리 하급 직원의 의견이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비쳐볼때 유감스러운 일"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종찬 안기부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중이던 박태준 총재와 김용환
수석부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문건은 안기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