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동생 회성씨가 10일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과 관련, 검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연말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또 다시 "야당 파괴" "이회창 죽이기"가
시작됐다며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권은 공식적인 논평을 삼간채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를 마칠때까지 동생의 체포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이 총재는 안택수대변인으로부터 소식을 처음 접했다.

이 총재는 한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이럴
수 있느냐"며 몹시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바로 정형근 기획위원장, 하순봉 비서실장, 안택수 대변인과
율사출신인 이국헌 황우여 안상수 의원 등을 불러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안택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회성씨의 연행은 "세풍사건"을 이
총재와 연계시키고 나아가 한나라당을 공중분해시키려는 여권의 계획된
시나리오"라고 포문을 열었다.

안 대변인은 또 "회성씨는 평소 자신은 세풍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고 또한 객관적인 연루 증거도 전혀 없다"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
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여권은 미국에 체류중인 이석희전 국세청차장에게 메신
저를 보내 조만간 귀국시킬 것으로 안다"며 "이 전차장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 등 여권은 회성씨의 긴급체포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전적으로 알아서 하는 일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은 그러나 이 총재에게도 "뭔가 있다"고 암시하고 있어
칼날이 점차 중심권을 향해가고 있는 인상이다.

정국운영 파트너로서의 "이회창 배제론"이 다시 여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내에서 비주류와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이회창 연대"
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검찰의 긴급체포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를
가늠케 한다.

정국급랭에 따라 당장 남은 정기국회 운영은 "파행"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현재 논란중인 규제개혁통합법안 처리, 교원정년 단축 및 교원노조 합법화,
의료보험 통합, 특검제 도입, 한.일 어업협정 비준안 동의 등 각종 쟁점
법안과 현안의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 합의에 의한 경제청문회 개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