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일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자제했으나 "대단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지원 대변인은 이날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뒤 "김 대통령도 이미 정
회장과 김 위원장 면담 사실에 관해 보고 받았다"며 "대북 문제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성급한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으나 만남 자체가 대단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박 대변인의 공식발표를 통해 2일 오전
김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의 회동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청와대측도 정 명예회장의 방북결과에 대해 깊은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김 대통령이 정 명예회장 일행을 접견키로 한 것은 남북협력 등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장을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직접 듣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이 김 위원장의 국방위원장 취임 후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난
최초의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정 명예회장과의 회동에서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민간주도의
남북 경협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는 이른바 "햇볕정책"의 원칙을 재확인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격적인 대북 경협의 물꼬를 트게될 현대의 대북사업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통일부등 정부당국자들은 현대측이 금강산관광사업 외의 대북
사업에 대한 승인을 요청해 올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와 북한측이 합의한 유전 공동개발 등 사업이 남북경협의 이정표를
세울 만큼 상징적인데다 정 명예회장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자체가
새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대북 "햇볕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날 회동에서 정 명예회장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영수회담
가능성 등 남북관계의 진전을 초래할 수 있는 모종의 대남 메시지를 김
대통령에게 전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