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7일 총리임명동의안을 처리함으로써 김종필총리의 위상과 여권내
에서의 역할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

그동안 "서리"라는 족쇄 때문에 행동의 제약을 받아 왔지만 이제 법에
보장된 총리로서의 각종 권한을 떳떳이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서리"라는 꼬리 때문에 김 총리는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가졌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 총리는 국회인준 실패로 지난 3월 3일 총리서리로 임명된지 1백67일만에
"꼬리"를 뗐다.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통과되던 이날 김 총리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꼬리" 때문에 불편하다고 여러 차례 토로했던 그가
막상 꼬리를 떼자 마치 아무일 없다는 식의 "여유"를 보였다.

김 총리는 세종로청사 집무실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동문서답했다.

경제도 어렵고 수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이때에 총리인준문제로
시끄럽게 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김 총리는 "서리를 뗐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게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하고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서리를 뗀 후 "JP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던가 "내각제 개헌론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정치권의 추측에 대해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 이 시점에 그런 문제로 분위기
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평소 "2인자"로 대통령을 깍듯이 모셔왔던 김 총리의 성격상 총리인준을
계기로 당장 눈에 띄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대체적인
관측이기도 하다.

김 총리는 그러나 18일 임명장을 받게 되면 머지않아 삼청동 총리공관에
입주할 것 같다.

자신은 서두를 것이 없다고 했지만 또 비워두는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그동안 청구동 자택에서 머물며 만찬이나 회의 등 공식행사가
있을 때만 총리공관을 이용해 왔다.

또 그가 애용하던 대우자동차 "체어맨" 대신 앞으로는 관용차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가 내각제 개헌 추진 등의 정치적 행보는 자제하더라도 공동
정부 운영협의회의 구성 등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공동정권의 한 축인 JP의 활동공간 확보를 위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제정키로 약속했던 "국무총리 지위에 관한 법률"을 여권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 나갈지도 관심이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