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입찰에 참여해 철도 차량 생산일감을 따내는 D사의 H부장.

입찰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조달청이 대전으로 옮기면 자신의 업무
패턴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하루 스케줄이 완전히 바뀐다.

조달청이 서울에 있을 때는 하루 일과를 쪼개 조달청 업무뿐 아니라 거래처
에도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조달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조달청 방문
자체로 하루가 다 갈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전청사 방문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입찰업무 담당자들에 있어 "입찰경쟁은 곧 정보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귀동냥 등을 위해서라도 조달청 문턱을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허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하는 변리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허출원 비율을 보면 80% 이상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편의를 고려한다면 서울에 남아 있어야한다.

하지만 특허와 관련된 각종 자료나 해외정보 수집 등을 위해서는 대전에
내려가는게 유리하다.

98년 3월 현재 등록된 변리사의 수는 6백70여명.

이들도 수시로 고속도로를 타거나 아니면 아예 대전행을 결심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대전청사 이전은 민원인의 대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전청사의 하루 평균 민원인수는 1천6백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달청 민원인이 9백50여명으로 가장 많고 특허청 2백50여명, 중소기업청
90여명, 통계청 관세청 각각 60여명 수준이다.

조달청은 금액이 적은 입찰을 시행하기 위해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전심사(PQ)를 거쳐야 하는 1백억원 이상의 입찰은 대전에서 벌일
방침이어서 민원인들의 대전청사 방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 역시 서울 사무소를 두고 민원인들의 특허관련 업무를 전자우편 등의
방법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대면정서"를 감안할 때 서울사무소만으로는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입찰규모가 큰 중공업체나 건설회사들은 청사업무를 위해 대전에
사무실을 마련할 것을 검토중이다.

전화 팩시밀리 등 사무기기에다 비상연락을 책임질 여사무원만을 두는
"미니사무실"이다.

동아건설의 경우 회사사정으로 폐쇄했던 대전사무실을 다시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사이전으로 기업들이 대전에 또 하나의 살림을 차려야 하는데 반해 대전
으로 옮겨야 하는 기관은 대부분 서울에 별도의 사무실을 설치한다는 방침
이다.

민원인 편의목적도 있지만 국회업무 및 다른 부처와의 업무협조 등을 위해
서도 서울 사무실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청사이전과 그에 따른 민원인의 대이동으로 서울~대전간 교통체증은 더해갈
게 확실하다.

더구나 건설업체 등 조달청을 주로 출입하는 업체의 70% 이상이 서울
수도권 지역에 있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 준다.

그런가하면 민원인이 청단위 이상 부처에서 확인을 필요로 할때 서울로
다시 올라오면서 생기게 될 교통수요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 밖에 없다.

또 철도청 설문결과 대전 공무원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은 외청 소속 공무원중
89.3%가 집을 옮기지 않겠다고 답하는 등 상당수 이전 대상 공무원이 서울
에서 출퇴근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교통대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특허청 공무원의 경우 출퇴근 수단으로 관광버스이용이 61%, 철도
31%, 고속버스 8%로 각각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답한 것이 그나마 다행
이다.

비용증가와 관련된 단적인 예가 특허출원을 할 경우다.

변리사가 대전 출장 업무를 보게 되면 변리비용이 비싸질 수 있다.

이는 결국 출원인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측면만 한정해서 본다면 대전청사 이전은 어쨌든 시간과 돈을 더
들여야 하는 사족을 만든 것과 같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별취재반 = <>김화주 사회1부차장(반장) <>최승욱 <>김호영 <>차병석
기자 <>대전주재 = 백창현 사회1부차장 <>남궁덕 <>이계주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