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그 어느 재.보궐선거 보다 과열된 분위기속에 치러진 7.21 재.보선은
사실상 야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이번 재.보선은 "미니 총선"으로 불릴 만큼 향후 정국의 흐름을 좌우할
풍향계로 간주돼온 터여서 여야 모두 총력전을 펼쳤으나 유권자들은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서초갑, 수원팔달 등 수도권 2곳과 대구 북갑, 강원 강릉을 등 모두
4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은 앞으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바짝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결과 1백51석을 확보, 원내 과반의석을 계속 유지하게 돼 대여
강공기조를 견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권은 김대중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일단 부정적
"중간평가"를 내린 만큼 상당한 정치적 "짐"을 떠안게 됐다.

특히 당 총재권한대행이 나선 광명을에서도 국민회의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공동여당의 사무총장이 거당적인 지원을 받으며 분투했던
서초갑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곧 있게될 15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도 여권은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여권이 국회의장 후보로 내정한 자민련 박준규의원 카드를 관철시키는데도
힘이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필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와 국회의장직 한나라당 배분문제를 놓고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편으로는 여권이 이같은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한나라당이나 국민신당 및
무소속 의원 영입작업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8.31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전이라도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의원을 빼내오는 노력이 재개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총체적 사정으로 야권의 목을 죄면서 "동진정책"을 통한 지역연합
성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회의의 경우 조세형 총재권한대행과 정균환 사무총장 체제가 일단
내년 4월 전당대회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행은 원내 진입으로 당내 2인자로서 개인적 위상을 강화하면서 정국을
풀어나가는데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으로서는 부산 해운대.기장을 승리로 그동안의 잇단 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면서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서 모처럼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부산에서의 1승은 서울 서초갑 승리보다 의미가 있다.

부산.경남(PK)지역에서 최초로 의석을 확보하면서 영남권 전체로 지지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결과는 당권파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살신성인"의 자세로 강릉을에 출마해 압승한 조순 총재의 당내
발언권은 전에 없이 세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8월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당권
경쟁이 이미 물밑에서 가속화하고 있어 이번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당권경쟁
국면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여권이 다시 추진할 "의원 빼가기"에 대응하는 등 원내 과반의석
지키기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해운대.기장을에서 패배함에 따라 공천책임론이 불거지는가 하면
부산 민주계의 이탈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