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안기부의 정치개입 문건과 관련, 대통령사과와 책임자문책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일체의 정치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해 "안기부문건"
파문이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긴급 총재단회의를 열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이종찬 안기부장 해임, 관련자 처벌 등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투쟁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강릉에서 유세중이던 조순 총재가 급거 상경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대여 강성기류가 회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김덕룡 부총재는 "안기부의 행위는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는 행위"라면서
"단순한 정치개입이라기 보다는 완전한 선거개입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재는 특히 "지난 95년2월 안기부문건 파문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통일부총리였던 김덕 전안기부장과 정형근 전안기부1차장을 전격 해임한
전례를 이 정부에서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김윤환 부총재는 "김 대통령이 사과하기 전에는 일체의 정치협상을 중지해야
한다"고 제안, 회의는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엔 국회에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과 사무처요원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기부 정치공작 규탄대회"를 갖고 대여 투쟁결의
를 다졌다.

반면 국민회의는 "안기부 문건"파문이 확산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재.보선을 앞두고 야당측의 의도대로 안기부 문건 파문이 계속 확산될
경우 선거는 물론 여당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기남 대변인은 이날 "안기부 문건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이미
발표된 상태에서 당에서 더이상 언급하거나 논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이날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안기부문건 파문에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당직자들간 입장이 엇갈렸으나 대응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
이다.

한 당직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 정권의 안기부 공작 사례를 낱낱이
들춰내자는 "강경 대응론"도 제기됐지만 더욱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자는 쪽이 주류였다고 전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