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는 단순히 "지방일꾼"을 뽑는 정치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야 각당의 향후 정치적 입지와 사활을 좌우할 폭발적 인화력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

여권은 민심의 향방을 좇아 정계개편의 폭과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동안 정계개편 의지를 누차 비쳐온 김대중대통령도 최근 방미후 정계개편
방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가 국회 과반의석 유지 여부를 가름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국 전개의 흐름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부산및 울산에서의 승패가 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여권이 수도권은 물론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할 경우 정국은
여권의 의도대로 급속도로 "여소야대"로의 재편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미 이달중 최소 1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영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다각적인 접촉에 나서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입의원 수가 3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은 극심한 참패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무소속과 혼전을 벌이고 있는 "텃밭" 부산과 울산중 어느 한곳
이라도 내줄 경우 그야말로 "해체" 상황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방선거후 4~5개 정당구조로 정치판을 바꾼다는 여권 일각의 정계개편
추진 움직임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은 인책공방에 따른 내홍에 이어 본격적인
"감수분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당권파와 비당권파간에 조기 전당대회 개최문제를 놓고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이른바 "TK신당" "PK신당"이 생겨나고 여권의
대연정 기도에 빨려들어가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만 전패하고 영남과 강원지역 "사수"에 성공할 경우
에도 한나라당은 "영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수도권 의원들의 연쇄
이탈 움직임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한나라당이 "7.21 재.보선" 때까지는 현재 골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부산 대구 경기 강원 등 전국 7곳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재.보선을
통해 다시 한번 민심의 심판을 받은뒤 제갈길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게
한나라당 각 계파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경기 등 수도권 1~2곳에서 승리하고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이길
경우 여권내부의 갈등이 표면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와 강원지사 후보 연합공천 과정에서 갈라지기 시작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공조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면서 책임론 공방에 휘말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중 강원지사 선거 패배는 자민련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과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강원지역 장악을 지지기반 확충의 발판으로 여겨온 자민련 지도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무엇보다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 방향과 속도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내심 대통령제 고수를 원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내각제 개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자민련간 헤게모니 다툼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불안한 "동거정권"을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여권분열에
이어 야권과의 "헤쳐모여"가 이뤄질 공산도 없지 않다.

이에비해 한나라당의 당권을 둘러싼 내부갈등은 당분간 수면 밑으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으며 계파간 전열정비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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