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북한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7일 "통일의 가장 빠른 길은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것이며 북한의 식량난도 개혁 개방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남한은 북한의 권력층과 북한주민들을 구별할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이날 안기부청사에서 망명 1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전국을 바쁘게 돌아다녔고 동화책도 60권이나
읽었다"고 밝혔다.

황씨는 앞으로 강연 등의 활동을 할 예정이나 한두시간짜리 인터뷰는
오해의 여지가 많아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 김정일체제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주민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정일은
나름대로 권력을 탄탄히 장악하고 있다"

-지난 1년에 대한 감회는.

"예견치 않은 변화를 많이 겪어 까마득한 옛날을 회고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는가.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국민들이 힘을 합쳐 잘 헤쳐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황장엽리스트와 국내의 친북세력에 대해 밝혀달라.

"황장엽리스트나 파일은 모르는 얘기다.

그런 얘기 한 적도 없다.

친북세력에 대해서도 몇만명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북에서 볼때
심각했다"

-1년간 인간적 고뇌에 대해 말해달라.

"큰 고뇌가 있었다.

가족의 사진을 보는게 겁났다.

그러나 개인의 생명보다 가족의 생명이, 가족의 생명보다 민족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주체사상은 변화한다고 보는가.

"주체사상은 결국 수령절대주의다.

나는 현재 북한의 모습에서 나타난 그 어떤 사상과도 관련이 없다.

참고로 나는 이미 60년대말 계급투쟁과 프로레타리아 독재와 결별했다"

-1년간 행적과 감명을 받은 것에 대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옛날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대학입시때 축구응원처럼 열심히 응원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았다.

우리민족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남한의 문제로 느끼는 것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량난은 인권문제이므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김용준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