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시비"의 부담을 안은채 김종필 총리서리 체제가 3일 공식 출범했다.

김총리서리의 앞길은 "산넘어 산"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서리로 임명은 받았지만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예비총리"이기 때문이다.

내각통할과 행정운영, 대국회 관계 등 곳곳에서 "암초"를 만날 수 있다.

위헌시비를 피하기 위해 새 정부의 첫 각료 임명제청을 고건 전총리가
행사했다는 점도 김총리서리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같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일단 김총리서리의 실질적인 내각통할이나 행정
운영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대 각료의 대부분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총리서리가 공동정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김대중대통령
과의 긴밀한 공조관계만 유지한다면 원활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대국회 관계다.

국회관계만 두고볼때 김총리서리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거대 야당 한나라당의 반대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데다 투표방식
등을 둘러싸고 법리논쟁이 벌어지는 등 여야간 첨예한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위헌시비를 제기하는 등 여권에
대한 강공을 계속했다.

조순총재는 "총리임명동의안이 국회 계류중인 상태에서 총리서리를 임명
하는 것은 위법이고 무효"라면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정치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서리체제에 대한 법리논쟁과 함께 JP의 총리직 수행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리체제 출범과 함께 정국불안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당장 올 추경예산안의 국회처리 과정에서 김총리서리가 국회의
질의.답변에 응할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권이 적극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같은 상황분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여권이 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처리를 재시도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이를 전후로 대대적인 정계개편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