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조각은 국민회의 자민련간 공동정권의 운영원칙에 충실했다.

또 17명의 장관중 국민회의 7명,자민련 5명 등 12명이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이어서 내각제를 위한 "실험내각"의 성격이 짙다.

이규성 재정경제, 강인덕 통일부장관 등 전직각료 3명과 교수출신인 김성훈
농림, 기업인 배순훈 정보통신장관을 발탁한 것은 각계인사를 고루 기용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번 조각은 이에따라 제15대 국회임기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공동
정권의 약속을 이행하는 첫 단계로 풀이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대중대통령은 외교통상 국방 법무 행정자치 등 통치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서의 장관을 직접 선택했다.

반면 김종필 총리서리는 재정경제 건설교통 해양수산 등 경제관련 부서를
각각 책임지는 역할분담을 이뤄 공동정권의 정신을 살렸다.

초대내각은 이에따라 당초 예상됐던 "실무형" 내각이 아닌, "정치형"
내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청와대측은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역대 내각과 비교할 때 그
반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조각에서 발탁된 인사들의 성향도 당초 예상과 달리 개혁성과 참신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이해찬 교육, 박상천 법무, 김정길 행정자치부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개혁과는 거리감이 있는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공동정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구여권과 신여권이 혼재하여
새정권의 뚜렷한 빛깔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경제위기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검증되지 않은
참신성보다 국정의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각에서 지역별로는 영남과 호남이 각각 5명, 충청도가 4명, 서울
경기 이북5도 각각 1명씩 장관직에 올랐다.

강원도와 서울 경기지역이 소외받는 지역안배가 이뤄진 모습이다.

특히 영남에서 경북이 4명인 반면 경남은 1명에 그쳤고 호남은 전북출신이
1명도 눈에 띄지 않아 "정치적 안배"의 성격이 강했다.

연령도 60대가 6명, 50대후반이 7명이나 자리잡고 있는 반면 40대는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유일해 경륜이 유난히 강조된 내각이다.

강봉균 정책기획수석에 이어 전정권의 이기호 노동부장관을 재기용한 것은
정부정책의 연속성에도 비중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각을 통해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룩한 신여권 내부의 인물난을
보여 주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은 물론 장관으로 발탁된 인사들 가운데 "새로운
인물"은 거의 없었다.

여성장관이 2명에 그친 것도 인물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부 조각은 형식면에서도 기형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김종필 총리서리 체제를 가동,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부터 법적 시비의
대상이 돼 "국민의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또 총리서리체제의 법적 논란이 내각에 번지지 않도록 고건 전총리의
제청을 받는 형식을 거친 것도 비정상적이었다는게 중론이다.

<김수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