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최근 은행 주총에서 임원들만 책임지고
물러나고 은행장은 대부분 유임됨으로써 큰 책임자는 괜찮고 작은 책임자만
책임지는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새
정부는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은행인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나 최근 은행장 인사 결과가 김대중대통령이 역설해온 ''책임경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을 면담한 뒤 "앞으로 새
정부는 인사불개입 등을 통해 은행의 책임경영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나 경영진이 경영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 경영진의 경영책임을 묻는 방법에 대해 박 대변인은 "부실대출이나
적자가 많을 때 은행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박 대변인은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인사에 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이
개입했다는 일부보도에 대해 "두 은행에 대해선 정부가 대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며 "김 대통령도 ''정부가 주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은행에 대해 인사개입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의 인사가 사사롭게 이뤄졌는지
적합성을 파악해 보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이에앞서 지난달 2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외국인을
국내은행의 임원으로 선임하면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할수 있고 경영의 투명성
도 높일수 있다"며 외국인도 국내은행의 임원으로 선임할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또 정부조직법과 관련,"과거처럼 경제부총리가 중앙집중식으로 경제부처를
통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전제, "필요하면 관계부처위원회를
만들면 된다"고 지적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미국의 경우 경제사령탑이 별도로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굳이 사령탑이 있다면 대통령이라고 보면 될것"이라고 말했다.

강봉균 정책기획수석은 이와관련 "기존의 경제장관회의는 국무회의 안건
등을 협의하는 기능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