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임명동의안이 25일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 불참으로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총리 지명자의 신분이 불명확해져
신임 각료 임명은 물론 정부조직법 공포 등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신임총리는 국회임명동의를 받아 정식 총리가 돼야 각료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각 부처 직제개정안도 공포를 위해
서는 총리의 부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6일로 예정된 신임 내각 발표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우선 김종필 총리지명자의 경우 국회임명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총리
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회의측은 국무총리 "서리"체제로는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바
있어 현재 김종필 지명자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총리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설사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총리지명자를 총리서리로 임명한다해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현행 법에는 총리서리의 권한 범위 등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만 24대 총리를 지낸 현승종 총리이전까지는 관행상 대통령이 총리
지명을 하지 않고 국회동의전까지 총리서리로 임명한후 국회동의를 거쳐
정식 총리로 임명하곤 했다.

당시 총리서리들은 각료제청권을 행사하고 법령에 부서하는 등 총리로서의
권한을 수행하기는 했으나 헌법학자들과 야당측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자주 제기했었다.

이에따라 현총리부터는 서리체제를 유지하지 않고 총리내정자로 지명한후
바로 국회임명동의를 거치는 절차를 밟았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김종필 지명자를 총리서리로 임명한다고 해도 위헌여부
시비로 인해 각료제청이나 정부조직법개정안 등에 대한 서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서리는 국회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했던 관행인
만큼 국회가 열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총리서리"임명은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렇게 될 경우 신임 각료 제청은 물론 정부조직법개정안에 대한 부서도
고건 총리가 해야 된다.

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이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임명동의서에 서명하면서
고총리의 임기는 끝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 총리가 정식 임명절차를 밟기 전까지는 전임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한다는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이미 총리집무실에서 짐을 챙겨 혜화동 자택으로 떠난 고총리가
각료제청권등을 행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조각을 위한 각료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져
새정부의 조각은 물론 정부조직법 개정안 시행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국회의 총리임명 동의안 처리가 계속 늦춰질 경우 현 내각체제를
당분간 유지해야할 형편이다.

<김선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