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신임 대통령은 취임을 하루 앞둔 24일 외부일정을 잡지 않고
조용히 보냈다.

김대통령은 이날 삼청동 임시공관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김중권 당선자비서실장 박지원 당선자대변인 정동영 국민회의대변인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대통령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세계속에서
한국을 일으키자"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어제(23일) 김종필 총리지명자 및 자민련 박태준 총재와
회동에서 만족스러운 얘기를 나눴다"며 "김총리지명자와 함께 국민을 위한
국정을 통해 나라를 떨쳐 일어나게 하겠다"고 김지명자와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박총재에 대해서도 "훌륭한 분인 만큼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공조도 잘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오전 10시반 임시공관에서 취임사 낭독 예행연습을 했다.

측근들은 연습이 끝난뒤 국민들이 모두 지켜볼 취임식에서 힘있는 연설을
하려면 휴식을 취하는게 좋겠다고 건의했다.

김대통령은 마지막 밤을 일산자택에서 보내야겠다며 오찬을 마친뒤
귀가했다.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청와대로 옮길 소품을 정리하고 집뜰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장서 1만5천여권을 비롯한 이삿짐을 실은 트럭은 오후 4시께 일산을
빠져나가 청와대로 향했다.

퇴임하는 김영삼 대통령의 짐이 상도동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에 맞춘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22일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가족모임을 갖고 앞으로는
되도록 만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에도 가족들과 식사를 들며 이같은 원칙을 다시 강조하고 재임중
각별히 몸조심할 것을 당부했으리라는 추측이다.

한 측근은 김대통령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처럼 감회에 젖는
듯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을 오랫동안 "모셔온" 이 측근은 "틈만 나면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이라 잠자리 들기전에 분명히 이것저것 메모하며 국정운영구상을
가다듬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