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요즘 측근들과 당사람들의 몸조심을 강조하고 있다.

김당선자측은 대선직후 "대통령후보"라는 글귀가 들어간 명함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김당선자는 은행장들을 만나 "대출압력이 있으면 저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23일에는 전국 지구당위원장들을 불러모아 지방선거공천과
관련한 금품수수행위 등이 없도록 하라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김당선자는 가신과 친.인척들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상한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당원의 당비납부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일부 당직자들도 "정부에 들어가게 돼 보수가 야당시절 박봉에서 공무원
수준으로 높아지니 얼마나 좋으냐"고 만족해 하며 김당선자의 뜻을 충실히
따르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멕시코의 경제위기 타개과정을 배우러 출국할 예정인 국민회의 자민련
양당 의원들도 비행기의 이코노미좌석을 이용하고 싼 호텔에서 머물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김당선자의 뜻을 외면한 일부 인사들의 얘기가 당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선거때 "정보전"을 승리로 이끈 한 당직자는 해결사를 자처하며 대선후
검찰쪽 사람들에게 세련되지 않게 대해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또 다른 인사는 한 기업에 ''민감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고도 한다.

권력층과 관계된 소문은 속성상 과장 왜곡되게 마련이고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국난타개를 위해 그 어느때보다 강한 지도력이 필요한 지금은 국민들이
출범조차 하지 않은 새정부를 흠집낼 수 있는 이런 소문에 주의를 기우릴
여유가 없다.

격려하고 돕는게 급선무다.

그래야 김당선자와 당, 그리고 그 둘을 지지했던 정권교체의 주역들도 야당
시절보다 더 눈물겹게 숱한 유혹들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역사의 승리자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허귀식 < 정치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