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는 25일 예산 및 인사기능을 대통령이 직접 관장
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최종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예산 및 인사권한 조정은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왔던 핵심쟁점사항이었다.

심의위원들간에도 의견이 엊갈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심의위의 결정으로 대통령이 예산과 인사권을 모두 장악,
일단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 큰 힘이 실리게 됐다.

반면 총리직을 맡을 자민련측으로서는 상당히 힘이 빠지게 됐다.

심의위가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시키기로 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따른 국가적인 위기상황속에서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당선자측도 경제위기를 맞아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하도록 심의위측에 직.간접적으로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여론의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재경원"에 대한 해체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조직개편과 관련한 공청회 등에서 한때 예산기능은 업무의 성격상 재경원이
담당하는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예산권한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이같은 안이 잠시 힘을 얻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재경원에 "메스"를 대고 힘을 빼야 한다는 김당선자측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재경원측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 및 보수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1~3급 고위직 공무원
인사에 대한 적법성을 심의할 중앙인사위원회도 대통령의 손에 들어갔다.

이는 헌법상 각료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는 총리의 권한이 이번에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현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민련측
에 상당한 불만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예산과 인사권을 모두 장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이 사실상 "제왕적" 권력을 갖게 됨으로써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권력분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 정부가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직개편안을
계기로 표출된 양당간 신경전이 앞으로 국가의 중요사를 결정할 때 표출될
경우 집권당의 공조가 흐트러질뿐 아니라 국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많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