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3일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 정리해고제가 조기
도입될 지에 각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제의 도입이 불가피한 선택이긴
하나 금융기관에 대해 조기에 도입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와 법체계상
개별법에 규정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 노동계는 정부나 기업측의 고통분담 노력이 선행 또는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리해고제의 일방적인 도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월중 "고통분담" 원칙을 밝히기로 국제통화기금(IMF)측과도
합의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이나 정부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협의기구 구성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노동계를 설득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차기정권 담당세력은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IMF등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차원에서는 물론
집권 초기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에
정리해고제 도입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12일 "국제 사회가 우리나라의 입법조치를
지켜보고 있다"며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도입문제가 우리의 "대외 약속"에
대한 신뢰도를 재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대변인은 이어 부실금융기관을 되살리는 한편 국제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금융기관의 정리해고 문제는 이번에 처리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회의측은 이같은 "절박한" 입장에서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1당인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하는 등 법안의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태도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정리해고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측은 노동법에 이미 정리해고제가 도입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로 입법할 필요는 없고 다만 2년간 유예로 되어있는 부칙조항에
"부실금융기관 등 시급한 경우에 한해"라는 등의 예외를 인정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산업의 정리해고를 개별법으로 일일히 입법화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측은 이같은 당론에 따라 국회 재정경제위에서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안을 손볼 것이 아니라 환경노동위에서 노동법을 보완하는 쪽으로
국민회의측과 절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민회의측은 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살 노동법의 개정보다는
개별법의 개정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어서 절충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조기도입을 위한 소관 상위를 재경위로 할 것이냐
환경노동위로 할 것이냐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개별입법"
의 타당성 차원외에도 각당의 정치적 고려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재경위는 한나라당 이웅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환경노동위는
자민련 이긍규의원이 위원장이다.

이웅희 재경위원장은 "과반수가 훨씬 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재경위에서의 논의에 반대하고 있어 여야 수뇌부간에 절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금명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회의 자민련
한나라당 원내총무간 또는 각당의 재경위 환경노동위 간사들간의 절충결과가
주목된다.

<박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