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5백50억원 규모의 약속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할인, 자금을 조성하려 한 사실이 12일 한 사채업자에 의해 폭로돼 대선후보
진영간 "부정선거"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사채업자 강동호(59)씨는 이날 여의도 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동국실업과 강동종합건설이 발행한 5백50억원의 약속어음을
천안연수원부지 5만여평을 담보로 사채시장에서 12일까지 할인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어음사본 녹음테이프 천안연수원 등기권리증원본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국민회의 국민신당측은 이에따라 각각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명백한
부정선거음모가 드러난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즉각 해명을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정당재산(천안연수원)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해 정당법을
위반했고 <>사채시장에서 할인을 시도, 실명제를 위반했으며 <>국고보조금
1백36억원, 후원회모금액 1백79억원만으로도 법정선거비용(3백억원)을
초과한 상태에서 추가로 5백억원대의 자금조성을 시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며 이회창 후보를 비롯 관계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국민신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단순히 정당운영비 용도라면 12일까지
현금화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며 "조직관리를 위한 자금이라기보다는 대선
막판 금품살포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김태호 사무총장등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부채상환과 당운영비 조달을 위해 우선 연수원을 담보로 급히
은행대출을 받으려고 했으나 정당은 담보대출이 금지돼 있어 부득이
개인차입을 모색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김총장은 그러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로 내부재산을
팔아서라도 화급한 당운영비를 마련코자 했다"며 야당측의 "매표기도설"을
일축하고 사채업자 강씨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백남치 조직본부장은 이날 오후 "동국실업 관계사인 갑을상사 부회장
박유상씨에게 천안연수원을 매각, 어음을 받아 사채업자를 통해 할인키로
했으나 사채업자가 한나라당 핵심관계자의 어음 배서를 요구해와 어음에
배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직자들간에 연수원이 담보용이라는 주장과 매각용이라는 주장이
있는데다 매각결정이 당론을 거쳐 결정됐다는 백의원의 말에 사무총장등이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등 해명내용이 엇갈리고 있어 사채자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허귀식.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