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한 고위관계자의 발언으로 잠시 소동이 일어났다.

한 고위관계자가 "김대통령이 담화에서 "차기당선자와 긴밀히 협력할 것"
이라고 말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합리적 협력을
다하겠다는 뜻"이라며 "차기당선자가 원하는 사람들을 김대통령이 각료로
임명하고 그들이 당선자와 실질적으로 정책을 협의해 나가도록 할것"이라고
말한게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이 발언은 즉시 김대통령이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당선자가
요청할 경우 총리를 포함한 각료들을 교체, 실질적으로 새 내각을 구성
하도록 조각권을 이양할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던 것이다.

대선이 끝나면 김대통령이 국정운영에서 사실상 손을 뗀다는 의미를 함축
한 발언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기당선자가 원하는 정책이 옳다고 판단되면 그쪽으로
힘을 몰아줘야 한다"며 "경제만 살릴수 있다면 어느당 후보가 당선되든
따질 것이 없다"고 강조, 차기당선자가 대선이후 금융실명제유보를 추진할
경우 그같은 뜻을 존중할 것도 시사했다.

그러나 이관계자는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나중에 "경제회생을
위해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 협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이는 추상적 의미의 협력이지 총리를 포함한 각료를
구체적으로 교체, 차기 당선자에게 조각권을 이양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며
내년 2월24일까지 인사권은 김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또 신우재 청와대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이 문제를 구체적
으로 검토한 바는 없으며 이는 청와대의 공식입장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과연 김대통령의 의중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할수가 없다.

하지만 고위관계자가 처음에 이같이 발언했을때는 청와대 일각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겠느냐는게 주변의 관측이다.

대통령당선자가 결정되면 인사권까지는 몰라도 정책결정권은 이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난국 타개의 중심축은 차기 당선자가 될수 밖에 없다는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