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후보의 장남 정연씨가 고의감량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병무청 직원의 폭로가 대선후보 진영간 매수공작 시비와 후보사퇴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정연씨가 자신과 체중감량방법을 논의했다고 주장한
병무청 직원 이재왕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맹형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씨가 정연씨를 만났다는 시점은 정연씨가
해외체류중이었다"며 "이씨 폭로사건은 각종 증거자료와 정황 등에 의해
국민회의가 개입한 정치음모극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맹대변인은 이어 이씨의 부인 유모씨가 친구에게 한 말을 건네 들었다는
서순복씨와 이씨가 10억원을 요구했다는 증인으로 백남치의원 보좌관
조규태씨를 내세웠다.

서씨는 "한달 전 이씨의 부인 유모씨가 친구에게 정연씨의 병역면제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며 남편이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10억원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보좌관은 "이씨와 3번 만났으며 이씨는 정연씨 문제를 좋게 이야기해
주는 대가로 10억원을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국민회의는 "이씨의 증언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연씨와 이씨간의 대질을 요구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정동영대변인은 "이회창후보는 지금까지 정연씨가 적법절차에 따라 병역
면제를 받았으며 고의감량은 없었다고 얘기해 왔는데 이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이후보의 책임을 추궁한 뒤 "사건의 본질은 귀국 날짜가 아니라
고의감량이냐 자연감소냐 하는 것"이라며 조작설을 일축했다.

국민신당 김충근대변인은 "정연씨가 대외경제연구원을 갑자기 그만 두게
된 배경과 그의 신상카드가 폐기된 이유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병역의혹 불씨를 다시 지폈다.

김대변인은 특히 "입영때는 걸음을 걷기 힘든 상태가 됐는데 이후보 부부가
이를 몰랐을리 없다"며 이후보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