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에 대한 현직 병무청 직원의 "양심
선언"이 각 대선후보 진영간 매수공작 시비와 후보사퇴 공방으로 확산되는
등 대선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태호 사무총장 명의로 병무청 직원 이재왕씨를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고 출국금지를 요청
했다.

또 이번 사건이 국민회의의 매수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즉각 반발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맹형규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재왕씨가 정연씨와 만났다고 주장하는
시점에는 정연씨가 해외체류중이었다"며 국민회의측 주장을 반박한 뒤 "이씨
부인 유모씨가 친구들에게 남편이 인터뷰를 하면 10억원을 받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으며 이씨가 국민회의 후원회로부터 거액을 받고 양심
선언을 했다는 제보도 들어와있다"며 국민회의의 비도덕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맹대변인은 또 국민신당을 겨냥, "이후보의 장남인 수연씨의 키가 공개된
만큼 이인제 후보는 스스로의 약속대로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국민회의측은 "이재왕씨의 증언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양측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연씨의 출국금지조치와
정연씨와 이씨간의 대질을 요구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정동영대변인은 "이회창 후보는 지금까지 정연씨가 적법절차에 따라 병역
면제를 받았으며 몸이 나빠 체중이 줄었을 뿐 고의감량은 없었다고 얘기해
왔는데 이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뒤 "정연씨의 귀국시점은
7년전 일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 있으나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이를 호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국민신당 김충근대변인도 "정연씨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과 다름없는
살인적인 감량을 했다"며 "이회창 후보는 모든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한뒤 대선후보 사퇴와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