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11일 IMF와의 "재협상문제"
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3당은 특히 이번 대선에서 IMF관리체제를
불러온 경제파탄책임론이 최대 이슈로 등장한 만큼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
시켜 "IMF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아 조순 총재는 11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IMF 협상이후에도 우리 경제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것은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재협상을 주장해 외국금융기관들에 한국에 대한
신뢰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보는 "김후보에게 국가파산위기를 몰고올 IMF 재협상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이 문제와 관련해 공개토론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조순총재도 이날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 전화통화를 가진뒤 캉드쉬총재가
"IMF재협상 요구는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자금지원이 안되는
사태를 빚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금융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한나라당측의 공세에 대해 김대중 후보는 "IMF협약은 준수돼야
한다"고 이행다짐을 재확인한뒤 "다만 재협상이라는 말은 3개월마다 IMF와
하게 돼있는 협의에서 우리나라에 불리한 내용을 추가협상하자는 의미다"
라고 말했다.

또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IMF의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외신인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현정부의 금융위기 대책 실패와 국민불신 때문"
이라고 반박했다.

김의장은 "정부는 IMF와의 합의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은채 각서에
서명하라고 했다"면서 ""협의된 대로 이행"할 경우 대량부도 대량실업에
의한 엄청난 국민고통을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신당측은 IMF와의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내부입장속에서도 "재협상"
이란 용어의 민감성을 고려,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이헌 정책위의장은 ""재협상"이라는 말로 왈가왈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단 우리쪽에서 위기수습에 최선을 다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기별 협의를 통해 조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