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의 원내총무와 정책위
의장의 연석회담에서는 각당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금융
실명제와 금융개혁법안의 연내처리가 불투명하게 됐다.

물론 각 당은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금융실명제 보완 및 유보 <>금융
개혁법안 등의 연내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위의장과 전문위원으로
구성되는 실무협상단을 통해 3당 절충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당마다
입장이 워낙 달라 현재로서는 이견을 조정할 실마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한나라당 목요상 총무는 "국가경제위기를 정치권이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 정치권이 이를 더 이상 방관하지 못하는 처지에 몰려
어떠한 방법이든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게 3당의 입장"
이라면서도 "오늘 회담에서 각 당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진전사항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목총무는 특히 "금명간 정책위의장단에서 합의안 마련에 나서겠지만 금융
개혁법안와 금융실명제 처리문제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회소집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기류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각 당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단독처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연내처리가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현재 3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핵심쟁점은 금융실명제의 유보 및 폐지와
금융개혁법안 중 한국은행개정법과 금융감독기구 통합문제이다.

금융실명제와 관련, 한나라당은 대통령 긴급명령을 폐지해 조세관련법에
이를 포함시켜 전면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지하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무기명장기산업채권,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출자금의 자금조사 면제, 금융소득분리과세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회의는 금융실명제의 근간은 유지하되 중소기업에 자금출처조사
및 금융종합과세조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만료시점까지 유보하고
실명거래자에 대한 세제상의 특혜를 주도록 유보 입법을 하자는 입장이다.

또 자민련은 금융실명제의 즉각 폐지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대폭 손질에는 각 당이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국민회의 입장을 받아들여 일정시간까지 금융실명제를
유보할 경우 경과기간이 끝날 시점에서 금융혼란이 야기돼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는 등 각론에서 각 당의 이견이 좁혀질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금융개혁법안처리와 관련해서도 각 당은 기존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원안대로 조속히 13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데 반해 자
민련과 국민회의는 관치금융의 폐혜를 줄 수 있는 개별 금융감독기관의
설립에 부정적이다.

이에따라 국민회의는 한국은행 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통합설치법을 분리해
11개 법안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이견을 좁힐 방안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정부가 정치권의 이같은 기류를 반영, 획기적인 양보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돌파구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