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7일 신한국당을 탈당함으로써 그동안 집권당과 정부측이
정책조율을 벌여온 "당정회의"가 사실상 실종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부처는 앞으로 여당에서 제1당으로 변한 신한국당과 관례대로
정책협의를 자주하게 되겠지만 같은 배를 타지 않은 입장이어서 양자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워질 전망이다.

정부측은 이와함께 제2, 3당인 국민회의 자민련은 물론 이인제 전경기지사의
국민신당에도 사사건건 협조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이와관련, 신한국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측은 아무래도 제1당인 신한국당
에 우선적으로 협조를 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러나 정부와 당측
의 의견이 다를 때는 과거와 같이 청와대가 다시 조율해 어느 한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등의 조정역할은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신당의 한이헌 정책위의장은 "과거는 정부와 집권당의 당정협의를 통해
주요 정책이 결정됐으나 앞으로는 집권여당이 없는 만큼 초당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없어짐에 따라 벌써부터 새해예산안이나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법안
의 처리를 놓고 각 정당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되고 있다.

예산안은 항목조정 등을 통해 각당의 이해를 어느 정도 반영한뒤 통과될
전망이나 금융개혁법안 등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 질 전망이다.

한편 신한국당은 그동안 정부부처에 근무하다 사표를 제출하고 당에 나와
있는 전문위원들의 처리를 놓고 고심중이다.

현재 당에는 11명의 1급출신 공무원들이 당에 근무하고 있고 과장급도
3명정도 파견 나와있다.

과장급들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친정인 정부부처로
돌아가는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비록 요식적 절차이기는 하지만 사표를 제출하고 당에 나와있는
1급들은 원래 근무처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각 부처의 고위직이 공석으로 있지도 않을 뿐더러 누가 "챙겨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들 1급들은 7일 긴급 모임을 갖고 당측의 배려를 요구했으나 당지도부
로서도 확실한 묘안을 찾지 못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