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하의 신한국당 지도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오는 30일 전당대회에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총재직을 승계받은 이후의 당지도체제 개편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후임 당대표에 누가 기용될 것인지를 놓고 정가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대표에게 주요 당직의
인사권을 포함한 총재의 권한을 대폭 이양, 사실상 당운영의 전권을 보장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정의 두 축을 이른바 "실세총리"와 "실세대표"에 맡겨 운용하겠다는게
이대표의 구상인 만큼 후임 대표 자리의 비중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셈이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몇몇 인사가 후임대표로 거명되고 있다.

김윤환 이한동 고문 등이 바로 그들로 정치력을 갖춘 화합형 인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이 두 고문은 이대표의 취약한 정치력을 보완할수 있는 "정치프로"인데다
당내 불협화음을 해소하는데도 적임자란 평을 듣고 있다.

이중 김고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표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는데 크게 공헌을 한데다 경선이후 당 정비
과정에서도 이대표를 적극 지원해 그에게 대표자리를 물려주면서 다시한번
"킹메이커"역을 맡길 것이란 얘기다.

특히 영남권 표 결집을 위해 대구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이회창 총재"가 "김윤환 대표"를 지명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들린다.

이대표의 측근들이 "이대표의 정치 아마추어리즘을 보완하기 위해 김고문
카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이와함께 박준규 박철언 의원 등 자민련내 TK출신 의원들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에게 "투항"할 뜻을 밝히고 나선 것과 관련, 김고문을 내세워 영남권
표결속을 꾀할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의 "재결합" 추진에도 김고문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김고문이 대표로 기용될 경우 강재섭 정치특보 윤원중 대표비서실장
등 당이 김고문계 일색이 돼버려 이대표의 개혁적 이미지에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김고문은 그의 정치스타일과 당내 역학구도상 정치조언자의 입장에서
이대표를 계속 측면 지원할 것인 만큼 굳이 대표자리를 "날려버릴" 필요는
없으며 비주류나 경선낙선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한동 고문 중용설은 이 때문에 세를 얻어가고 있다.

이고문은 경선이후 지금까지 이대표체제 구축에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이대표측이 대표직을 제시하며 포용에 나설 경우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고문은 지난 4일 김고문과의 일본 도쿄회동에서 이 문제에 관한
교통정리를 끝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대표는 총재직 승계이후 당 운영을 상당부분 대표에게 맡기되 총재직할
체제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행 지도체제의 골격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권과 당권 분리및 복수 부총재제 등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요구하는
비주류의 목소리가 높고 곧 구성될 중진협의회에서도 그 타당성을 수용할
경우 이대표가 당 화합과 결속차원에서 이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자민련 등과의 연대가 급진전돼 또 한번의 "정계 대개편"이 이뤄질
경우에는 총재직을 포함한 지도체제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